좀비영화가 대부분 그러하듯, 좀비 바이러스가 어느날 갑자기 어쨌거나 생성됨.
감염자가 득실득실하고, 역시나 좀비의 종족특성에 맞게 이 좀비들은 사람만 보면 환장함
먹기도 하고 감염시키기도 하고 아주 먹고 맛보고 뜯고 즐기고 난리탱고를 춤
지겹다 지겨워.. 맨날 똑같네 똑같아
어쨌거나 그렇게 또 좀비가 창궐하는 영화 (원작은 소설이라고..)
그리고 좀비주제에 잘생긴 남자주인공 좀비(이하 남주좀)는 배가 고파 좀비친구들과 인간사냥에 나서게 되고, 뭔가 아이템을 구하기 위해 산책나온 인간무리를 냠냠쩝쩝;;하게 되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영화에서 좀비들은 거의 5음절 이상을 말하지 못하지만.. 초반부 나레이션에선 아주 말이 청산유수다.
[꿈을 꾸지 못하는 좀비들]
이 영화에서 좀비들은 잠을 자지 못하고, 스스로 꿈을 꿀 수가 없다. 애초에 자기가 누구였는지 같은 기억이 없다.
대신, 인간을 잡아먹을 때 뇌를 먹으면(.......) 그 사람의 기억을 마치 자기가 꿈을 꾸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남주좀은 인간사냥중에 한 청년의 뇌를 냠냠쩝쩝하게 되는데.. 무슨 간장게장에 밥 비벼먹는것처럼 자기의 최애음식이라는 소리를 한다. 뇌를 먹게되면 뽕이라도 맞은것처럼 약간 환각상태가 되어 해당 사람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 같은걸 꿈처럼 보게 된다.
남주좀은 한 청년의 뇌를 먹은 덕분에, 같이 정찰을 나왔던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된다. 일종의 유사감정 같은거지만, 그녀에게 그 남자가 했던 고백, 키스, 음양합일과 같은 추억들을 보고 부러워하기도 하고... 어쨌거나 사랑에 빠진다.
그래서 그녀를 잡아먹지 않고 생포하여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나름 큰 비행기안에서 혼자사는지라(대충 서울-제주도 정도 날아갈 수 있을 사이즈의 비행기), 이불 밖은 위험하다며 여자에겐 절대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한다. 여자는 겁에 질려 일단 하라는대로 하며 도망칠 각만 잡는다.
안전하게;; 여자를 비행기 좌석에 앉혀놓은 남주좀은 주머니에 한 청년의 뇌를 갖고 다니면서 아껴 먹는다(....). 이 장면을 보고 있자면 거의 약 빨고 있는 사람 같다.
어쨌거나 그렇게 우리의 잘생긴 꿈고자 남주좀은 몰래 뇌르가즘을 느끼며 그녀에 대한 유사애정을 키워나간다. 사실 겁나 creepy하고 괴랄하며 소름끼치는 꺼림칙함이지만.. 어쨌거나 그러함.
그러나, 여자는 이렇게는 살 수 없다며 자신을 인간세계로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고, 유사꿈쟁이 남주좀은 결국 그녀를 도와주기로 한다.
[더 이상의 자세한 줄거리 설명은 생략한다]
평소 좀비물에 관심도 없고, 고어물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지만 이 영화에 대해 글을 쓰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과 접점이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꿈이 없다고 호소한다. 자신만의 꿈을 잉태시키지 못한다. 그래서 각종 미디어를 통해 남의 꿈을 들여다보고, 그 꿈을 대신 소비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게 남의 꿈이었는지 자기 꿈이었는지 분간하지 못하게 되고, 이내 자신의 꿈이었다고 믿는다.
(상기 문장의 '사람'을 좀비로 치환해보시길..)
이렇게 꿈을 잉태할 능력이 없는 좀비들은, 꿈을 꿀 수 있는 인간들을 잡아먹거나 감염시켜버린다. 꿈을 꿀 수 있는 인간의 의지를 꺾어버리거나 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신과 같은 좀비로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이 좀비 바이러스의 근원은 알 수 없다. 어느 날 갑자기 발생했고, 확산되어가고 있다. 멋모르고 까까라도 사먹을까 하고 돌아댕기던 선량한 꿈주머니들은 좀비들에게 엉망으로 당하고 소비되어 버린다.
나중에 좀비들이 인간으로 돌아오게 되는것도 인간성의 회복을 통한 것이라고 느껴진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고 꿈꿀 수 있는 인간성을 회복하는 것..
그렇다 역시 탈좀비의 해법 또한, 오랜기간 헐리우드에서 유행하는 가족애! 동료애! 연정! 애정! 답은 사랑이었던 것이었다.
[잊지말자, 남주좀이 전남친의 뇌를 먹은 사실을]
그 와중에 남주좀에게 뇌까지 먹혀버린 청년은 그야말로 안습이다.....
죽은것도 억울한데, 나중에 이 남주좀이 인간이 되고 나서는..... 상상에 맡긴다.. NTR도 이런 NTR이 없다... ㅠㅠ 진짜 두번죽이네..
여주 입장에서도 좀 이상할 것 같기는 한게, 자기 전남친을 냠냠쩝쩝해버린 그 입에 키스를 해야한다고 생각해보라.
이뭐병..
한편, 남주좀은 전남친의 기억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아마 질투에 밤잠을 못 이루는 날들이 많았으리라 예상된다. 남자들이 흔히 여자친구의 전남친과의 쉐도우 복싱을 펼치는 게 아주 흔한 일임을 생각해보면, 이건 쉐도우 복싱정도가 아니라 거의 VR,AR 따위 상대도 안 되는 리얼 스파링 파트너, 아니 매치 상대가 있는 것..
그렇지만 전남친을 냠냠쩝쩝해버린 원죄가 있는 탓에 이거 가지고 화도 못 내고,
또 실수로 전남친과의 추억을 들먹거리며 어쩌구 저쩌구 비교하며 헛소리해대다가는 불바다를 면치 못 했을 것..
어찌보면 전남친을 완전히 제압(.......)해버렸고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만들어버렸기 때문에 어쨌거나 내가 우월함ㅋ 이겼음ㅋ식의 편의주의적인 사고를 갖고있는 남주좀이라면 대세에 큰 지장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