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흐름] 화알못의 핸드크림에 대한 고찰

핸드크림...

아마도 손에다 바르는 크림이라는 뜻
손이 아니면 다른데다 바르면 어떻게 되는 크림?

그리고 아마 로션의 한 종류로 추정되는 그런 크림
일반로션보다 잘 흡수되는 것 같으면서도 뭔가 손에 유분이 오래 남는 그 무엇

핸드크림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
우선 아주 친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냥 지나치기는 뭐한 사이에서 생일선물 같은걸로 주기 적당해 보인다는 인상 정도를 갖고 있다

나는 핸드크림을 직접 사본적이 많이 없다
군입대할때 훈련소 입소할때는 샀던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올리브영 같은데서 파는 1+1제품을 사서 가져갔고, 큰 통도 아니었는데
군대 전역할때까지도 다 못 썼다

막상 군대에선 선크림정도만 간신히 바르고 다녔지만, 분명 핸드크림이 주변에 있긴 했었다
특히 야외 훈련을 장기간 떠나면 꼭 챙겨가긴 했다
그런데 밖에선 손을 자주 못 씻으니 핸드크림을 바른채로 이것저것 하다보면 손이 엄청 더러워보였다. 손에 딱지같은 더러워보이는 뭔가가 앉는것 같기도 하고 ..

어쩌다 화장실 가서 손 한번 씻고 오면 다시 건조해지기 때문에 세면대 앞에서 손을 빡빡 씻고 나면 아차!싶게 만드는 존재기도 했다

왠지 남성적 기운을 경쟁적으로 뿜어내지 않으면 얕보이는 군대에서
흠흠~ 하면서 틈틈히 핸드크림을 꺼내서 바르는 것은 상당 수준의 신념을 요하는 일이었기도 하고, 애초에 내가 그렇게 세심한 성격이질 못했다

핸드크림은 발랐을때 딱 그때 잠깐만 좋은 것 같다
대중교통을 이용할때나 사무실에서는 주로 여자들이 가방에서 꺼내 손에 이래저래 바른다
아직까진 남자가 바르는 건 나는 못봤다

아무튼 그럴때 다양한 핸드크림 냄새가 엄청나게 풍기는데,
나는 이런 화장품 냄새가 맵게 느껴진다
청양고추같은 매운맛은 아닌데 콧구멍 저편에 있는 내 후각신경에다가 화학물질을 비벼버린 나머지 내가 고오오오통스러운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핸드크림도 여러가지 향이 있는가본데, 뭔지 모르겠으나 shea butter라고 써있는 애들이 많은 듯 하다. 요거트로 따지면 플레인요거트 쯤되는 그런 향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이 버터? 때문은 아닌것 같고 이런 류의 냄새는 좀 그렇다

근데 냄새를 맡으면 왠지 나도 바르고 싶어지는 기분은 있다
마치 담배를 얻어피듯이, 핸드크림도 누가 하나 바르면 '오 나도 나도'하며 손을 내미는 사람들의 심리가 이런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쩌면 화장품 회사들에서 핸드크림의 소비촉진을 위해 이런 점을 고려하는걸까 궁금하다

이렇게 핸드크림에 대해 뜨뜨미지근하게 부정적인 것만 왕창 써놨는데
나는 핸드크림이 필요한 사람 중 하나다

몸에 땀은 정말 엄청 나는데, 손에는 땀이 많은 편이 아니다
심지어 발도 땀이 좀 있는 편이라 양말 안 신고 차가운데 좀만 있어도 급격히 발이 차가워지지만, 손만은 예외다

그렇다고 손이 엄청 건조했으면 내가 핸드크림을 달고 살았을건데
또 그렇지는 않아서 애매하게 손이 터있는채로 다닐때가 많다
특히 감기 걸려서 코를 자주 풀고 손을 자주 씻을땐 손이 더 잘 튼다

그러면 선배들이나 어른들이 '아니 너는 1960년대도 아니고 손이 왜 터서 다니냐'고 묻고, 나는 다시 애매하게 남은 핸드크림에 손을 댄다

슥슥 향향 맼맼

회사에서 쓰는 마우스는 미끌미끌한 유광재질인데
핸드크림을 바르고 이걸 잡으면 촉감이 영 좋지 않고 찝찝하다
안그래도 유광 재질의 소재를 오래 잡고 있을때의 기분을 안좋아하는데
핸드크림을 바르면 그 불쾌함이 배가 된다

집에서는 그래서 무광재질 마우스를 쓰고 있지만
아무래도 직업이 사무실 노비이다 보니, 집보단 회사에서 컴퓨터를 쓸 일이 많다
한때 마우스에 꽂혀서 마우스만 3,4개 있다보니 그 중 좀 쓸만하고 만만한 걸 사무실에 갖다 놓고 쓰는데 그게 하필 유광인것..

몸에 날 땀이 손에 땀이 조금 더 나는 편이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