빰빰빠라밤빰빠라밤빰빠라바라밤
소설 원작도 아니고 놀이동산 놀이기구에서 파생된 해상 액숀 부락바스터 무비라는 유니크한 뽀지숀
캐리비안의 해적은 몰라도 쟈니 뎁, 잭 스패로우는 안다는 그 영화
플롯과 구성상 허술한 구석이 물론 많은 영화지만, 오늘은 영화가 아닌 나에게 시비를 걸어본다
[선장의 나침반]
'죽은자는 말이 없다'편에 의하면 잭 스패로우(이하 캡틴 잭)는 자신이 선원으로 있던 배의 선장이 전사하면서 신비한 나침반을 건네 받게 된다. 이 나침반은 소유자가 원하는 것은 어떤 것이던 어디에 있는지 방향을 알려준다. 사람, 물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알려준다
그래서 캡틴 잭은 항해를 할 때 지도가 필요없다. 그냥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인도하는 선장의 나침반을 따라가면 된다.
캐리비안의 해적 영화 말미에는 대부분 잭 스패로우가 묘한 표정으로 나침반을 꺼내본 뒤 빙긋 웃으며 자신만만하게 항해를 시작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에게 커다란 배가 있건, 배를 잃어버려서(.....) 쬐끄만 배를 타고 혼자 길을 떠나건 상관 없다. 그가 이번에 원하는 것은 무엇일지 궁금해지게 만든다.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정확히는 잭 스패로우라는 인물을 열렬히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 장면 때문이다.
[나침반이 갖고 싶소...]
처음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물을 봤을때부터 나는 저런 나침반이 갖고 싶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어디 있는지 알려준다니..! 누가 원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재작년에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저 나침반이 있어봤자 뭐하지?'
선장의 나침반은 소유자의 마음이 혼란스럽고 자신이 원하는 바가 뚜렷하지 않으면 고장난 것처럼 빙글빙글 돌아가기만 한다. 잭 스패로우가 가장 괴로워하고 힘이 없어보이던 때는 배를 잃어버렸을 때도, 크라켄에게 당할 때도 아니었다. 바로 나침반이 말을 듣지 않을 때였다.
[사실 나침반은 갖고 있었다]
요즘은 원하는 것이 있으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낼 방법도, 그 곳까지 도달할 방법도 캡틴 잭이 출연한 영화의 그것보다 훨씬 발달해있다.
나는 사실 마음이 문제였지 수단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핑계로, 막연하게 나침반 같은걸 바라고 있었다. 나의 손에 나침반을 주어준다 한들, 그렇게 강하게 원하는 무언가가 있었을까?
위대한 야망이던 사사로운 것이던 나를 강렬하게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을 때만 나침반은 의미가 있다. 내 손에 쥐어줬더라면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기나 하겠지
나침반이 먼저가 아니다
가고 싶은 이상향, 원하는 것을 뚜렷하게 갖는 것이 한참 먼저다
타인이 가진 수단, 배경을 부러워해본 적은 없다. 물론 부러워는 했지, 하지만 그보다는 강렬한 열망과 집착, 야망을 동경하게 된다
방법은 그 다음 문제다
야망이 없기 때문에 타인의 야망을 동경하고 소비하며 그저 그렇게 살게 된다